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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일)
40주6일
출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유도분만 하기로 하고 밤에 입원이 예정 된 날.
새벽부터 잠이 깰 정도의 진통이 느껴졌었다. 가진통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화장실을 가니 생리혈 같은 피도 나왔다. 이슬이었던 것 같다.
오전내내 배가 아팠지만 많이 움직여야 진행이 빨리 된다기에 짐볼도 타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다보니 오후가 되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배가 덜아픈...;;
낮잠도 자고 밥도 잘 챙겨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밤 9시 되기전에 입원 완료.
무통주사, 회음부열상주사 맞는 것 확인.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고 다 신청했다.
별 느낌 없었는데 25% 진행 되어 있다고 했다. 정말 낳을때가 되긴 되었나보다.
금식 전에 배가 고파서 편의점 도시락 하나 사와서 둘이 나눠 먹기도 했는데 이때 먹은 건 진통 하는 내내 후회했다.
22:00
30분 간격으로 태동검사를 실시
24:40
질정삽입(촉진제)
30%이상 진행되거나 별탈없으면 새벽 6시에 뺀다고 했다.
그런데 역시나 약빨 잘 듣는 체질 때문인지 약하지만 진통이 있는 상태에서 약을 넣어서인지 중간과정 없이 거의 바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1:40
메모장의 마지막 기록ㅋㅋ
너무너무 아프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태동검사기를 배에 달때마다 더 힘들었다.
3분 주기의 진통
이 뒤로는 기록이고 진통 체크고 암것도 못했다.
제모하고 관장약도 넣고 우리가 출산을 할 분만실로 방을 옮겼다. 몇분 참으라 한 것 같은데 못참고 방 옮기자마자 화장실로 갔다.
그 뒤로는 계속 통증이 심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도 지르고 짐승 소리도 내며 울부짖었다. 사람이 그런소릴 낼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살다살다 이런 아픔은 처음이라 내 정신도 점점 오락가락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너무 더워서 남편은 머리맡에서 계속 부채질 해주느라 힘들었을거라 생각한다.
말은 못했지만 많이 고마웠다.
진통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45% 진행 됐다고 하는데 견디기 힘들어 무통이 안되면 진통제라도 놔달라고 했다. 주말이라 마취과쌤이 없어서 당장 무통시술이 안되었고 진통제는 소용도 없다고 했다.
아마 우리 담당 의사쌤은 이렇게 빨리 진행 될거라 예상 못한 듯 하다. 유도분만 날짜 잡을 때 빠르면 점심시간 전 늦어도 오후에 낳을거라 한거보면... 모든건 본인들 출근 후에 진행해도 충분할거라 생각 했겠지 ㅠㅠ
덕분에 나는 무통주사천국은 경험도 못해보고 쌩으로 그 통증을 견뎌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밑으로 힘이 주어지고 숨쉬는게 힘들어져서 아기 심박수가 떨어져 결국 산소호흡기를 써야했다.
유튜브 보고 열심히 호흡 연습 했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연습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야말로 호흡 제대로 하고 싶은데도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데 다들 호흡하라고, 애기는 더 힘들다고만 해서 내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살짝 서러웠다. 이러다 죽을것 같다가 아니라 이렇게 아플바엔 죽고싶다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웠는데 다들 아기 걱정만 하고 말이야... ㅠ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싫던 내진도 아무느낌 안나고 얼마나 진행이 됐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오히려 내가 내진을 해달라 하게 되었다.
진통이 올때마다 배에 힘을 주게 되었고 그 전에 먹었던 음식물이 자꾸 역류하려 해서 힘들었다. 먹지말걸..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때쯤 제왕절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말이 입밖에 나오질 않았고 또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다보니 80~90%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내 상태가 안되보인건지 진행을 빠르게 하려 한건지 중간중간 간호사가 자궁쪽 마사지도 했었는데 그래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자꾸 힘을 줘서 였을까 순식간에 출산이 임박해 졌는지 갑자기 다들 분주해 졌었다.
그때가 다음날 오전 8시가 안된 시간 이었던 것 같다. 그와중에도 이 고통을 얼마나 견뎌야 하나 싶어서 그 정신에도 틈틈이 벽시계를 들여다 봤다.
수술을 하기엔 진행이 급속도로 되고 있어서 빼도박도 못하고 자연분만 하게 생겼다. 지금도 빨리 결정 하지 못한게 후회스럽다.
어느새 담당쌤이 출근해 상태만 보고 다시 나갔는데 제발 애기 좀 빨리 빼달라고 붙들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의사가 나가고 간호사들이 힘줘 보라고 시켜서 여러번 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남편이 머리맡에서 뭐라고 응원 한 것 같은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그렇게 힘주기를 하다보니 애기나 나오려 했는지 담당쌤이 다시 등장했다. 이제 정말 끝나 가는구나 싶어서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힘을 줬고 나는 그렇게 아기를 낳게 되었다.
3.3kg 여아
출산하고 아기를 보면 틀림없이 감격해서 대성통곡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지쳐서 그런 감정을 느낄새도 없었다. 심지어 남편이 고맙다고 했던가 수고했다 했던가 뭐라고 한참 얘기한건 기억은 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으니..ㅋㅋ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 물리는 것도 하는지 내품에 안겨 줬는데 그때도 별다른 느낌 없었다. 다만 기억나늘건 내가 후처치 하는 동안 아기를 안고 있는 남편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며 사랑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에 아기 낳아주길 잘했나보다 생각한거 정도? 정말 너무 힘들어서 내 감정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는게 지금도 아쉽다. 물론 나중에 입원실에 있을때 엄마 얼굴 보자마자 눈물 쏟을 뻔 하긴 했지만 말이다. 진통 중에도, 애기 낳고 나서도 눈물 한방울 안났는데 ㅋㅋ
빨리 분만실을 나가서 좀 쉬고 싶었지만 아기 머리가 삐딱해서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다며 후처치도 오래 걸렸다. 결론적으로 나는 회음부열상주사의 효과는 하나도 못봤다.
아기가 나오자 그 심하던 진통이 후련하게 사라지긴 했었는데 회음부 먼저 후처치 하느라 태반을 안빼내서 다시 통증을 느꼈다. 그제서야 태반을 빼줬고 그 뒤로 진짜 편해졌다. 회음부 마취 풀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아기는 지가 알아서 쑥 나오면 의사가 받아 주는건줄 알았는데 기구를 써서 빼내다 시피 하는거였다. 그래서 처음엔 머리 모양이 이상했는데 이것 금방 제모양으로 돌아왔다.
아픈거 싫어하는 나인데 유도분만도 바로 성공해서 중간과정 없이 진통 심하게 느꼈고 무통도 못맞고 회음부열상주사도 소용 없다시피 해서인지 둘째는 함부로 계획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게다가 회음부가 많이 찢어져서 남들보다 회복 시간이 배는 더 걸려서 지금도 이럴거면 진작에 제왕절개 할걸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조리원에서 알게 된거지만 나처럼 유도분만 바로 걸린 케이스는 흔치 않은 모양이다. 대부분 유도분만 시도 했지만 며칠, 길게는 일주일도 진통이 안와서 마냥 기다리거나 제왕절개 했다는거 보면..
이렇게 내인생 최대 난관이었던 나의 첫 임신과 출산은 종료되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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